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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교육과정

교실 뒤 환경판 돌려주기 프로젝트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연수나 범죄드라마를 보면서 교실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꾸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어디든지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딱딱한 책상에 앉아 앞에 배치된 칠판만을 바라보는 것과 닭장에 갇힌 닭들이 목만 빼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내 아이디어를 어디든 써놓을 수 있는 자유로움과 그 생각이 서로 존중받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면 분명 생각을 펼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공교육을 받으면서 속으로만 되뇌었던 대답들이 무수히 많았다. 남들보다 튀지 않아야 한다는 문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자칫 나대는 꼴이 되는 교실문화가 교단에선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답답한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 학교에서 새로 학교를 지으면서 교실 뒤 칠판형태를 골라달라는 행정실장님의 요청에 선생님들을 설득시켜 보드마카로 마음껏 쓸 수 있는 모델로 결정한 적이 있다. 이 설득과정에서도 교육현장에 오래 계셨던 선배님들은 끝까지 녹색 환경판을 고수하셨다. 매년 3월 교실 환경판을 꾸미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시면서도 왜 교실 뒤는 일괄적으로 녹색 환경판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일까. 나도 혹시 언젠간 그런 위치에서 같은 대답을 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새로 들어온 보드마커판을 사용할 생각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올랐지만 교감선생님께서 마커를 사용하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금지시키시면서 결국 마지막 장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옮긴 학교에서 또 다시 도전해보고 있다. 보드마커판이 없다면 마커를 쓸 수 있는 대체재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흰색 마커종이를 도배해 놓았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다시 관리자분이 보시기에는 마음에 안 들어 철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냥 의사를 철회하기보다는 충분히 설득해보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 공간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교실을 하나씩 다른 형태로 들춰보면서 공간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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